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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인 상식
일장기 말소사건
손기정 선생이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 16일 후인 1936년 8월25일 동아일보의 일장기말살사건이 터졌다. 손기정 우승은 당시 일제 식민지였던 한반도 땅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거의 한달 내내 전국이 ‘기쁨의 눈물바다’였다. 하지만 조선 사람이면 누구나 손기정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워버리고 싶어 했다. 동아일보는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시상식 사진에서 손기정 가슴의 일장기를 지워버리고 내보내 한국인들의 아픔과 분노를 표시했다. 이 사건으로 동아일보 체육기자 이길용, 사회부장 현진건 등이 투옥됐다. 동아일보는 조선총독부로부터 무기정간처분을 받았다.
배편 귀국길의 싱가포르에서 이 사건 전말을 전해들은 손기정은 “나의 심경을 대변해 준 동아일보에 감사한다. 고초를 겪고 있는 기자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해방 후 동아일보에 복직된 이길용은 “운동기자 생활 16년! 이처럼 흥분되고 기꺼운 때가 또 언제 있었으랴. 이러든 나는 이 나라의 아들인 손 선수를 왜놈에게 빼앗기는 것 같은 느낌이, 그 유니폼 일장마크에서 엄숙하게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지(東亞紙)의 일장기 말살이란 항다반(恒茶飯)으로 부지기수다. 사내의 사시(社是)라고 할까, 전통이라고 할까, 방침이 일장기를 되도록은 아니 실었다. 우리는 도무지 실지 않을 속셈이었던 것이다”라며 그 당시 꼿꼿했던 동아일보 사내 분위기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