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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인 상식
마라톤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마침내 2시간4분대 벽을 깨뜨렸다. 게브르셀라시에는 2008년 9월28일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3분59초로 세계최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2007년 베를린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2시간4분26초)을 27초 앞당기며 3년 연속 우승한 것이다. 그는 100m를 평균 17.63초의 속도로 달렸다. 10초에 평균 56.7m를 달린 셈이다.
마라톤 인간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과연 2시간 벽도 깨질 것인가? 세계마라톤은 1908년 미국의 존 하예스의 2시간55분18초가 공식기록으로 집계된 이래 올해로 103년째이다. 103년 동안 50분52초가 빨라졌다.
1988년 4월 2시간7분벽이 깨진 뒤(에티오피아 벨라이네 딘사모, 2시간6분50초) 11년6개월 만에 2시간 6분벽이 깨졌고(99년10월 모로코 할리드 하누치,2시간5분42초), 2시간5분벽이 무너진 것은 그보다 훨씬 짧은 4년만(2003년 9월 케냐 폴 터갓 2시간4분55초)이다. 갈수록 ‘가상의 벽’ 깨지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
2시간3분벽은 언제 깨질까? 게브르셀라시에는 "난 2시간3분대까진 뛸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베를린에서 그렇게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적어도 2시간 3분벽 아니 2분벽은 머지않아 그에 의해 깨질 가능성이 크다. 게브르셀라시에는 2007년 1월 미국 피닉스 하프마라톤에서 58분55초의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만약 똑같은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다면 풀코스를 1시간57분50초에 끊는다는 계산이다.
스포츠 생리학자들은 '2시간 벽은 깨지겠지만 1시간55분때까지 근접하진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켄터키주립대 존 크릴교수팀은 날씨, 코스, 러닝화 등 최적의 조건으로 시뮬레이션할 경우 마라톤 풀코스 한계기록이 1시간57분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1시간57분에 풀코스를 뛰려면 100m를 16초63에 달려야한다.
게브르셀라시에는 19세 때부터 29세까지 세계 중장거리(1500, 3000, 5000, 10000m)를 휩쓸었다. 10년 동안 크로스컨트리, 5000m, 1000m에서 24번의 세계기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29세인 2002년에야 비로소 런던마라톤 대회에서 처음 풀코스 마라톤을 뛰었다. 그는 데뷔 이래 단 한번도 2시간6분대 이후로 벗어난 적이 없다. 그만큼 스피드가 빠르다는 이야기다.
게브르셀라시에의 달리기 발자취
◇중장거리
▼1992년 19세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 5000,10000m 우승
▼1993년 20세 독일 슈투트가르트세계선수권 10000m 우승
▼1995년 22세 스웨덴 예테보리세계선수권 10000m 우승
▼1996년 23세 애틀랜타올림픽 10000m 우승
▼1997년 24세 그리스 아테네세계선수권 10000m 우승
▼1999년 26세 스페인 세비야세계선수권 10000m 우승
▼1999년 26세 일본 마에바시 세계실내육상선수권 1500, 3000m 우승
▼2000년 27세 시드니올림픽 10000m 우승
▼2003년 30세 영국 버밍엄 세계실내육상선수권 3,000m 우승
▼2004년 31세 아테네올림픽 10000m 5위
▼2008년 35세 베이징올림픽 10000m 6위
◇마라톤
▼2002년 29세 런던마라톤 데뷔전 할리드 하누치(미국) 폴 터갓(케냐)에 이어 3위(2시간6분35초)
▼2005년 32세 암스테르담 마라톤 2시간6분20초 시즌 최고기록 우승
▼2006년 33세 베를린마라톤 2시간5분56초 시즌최고기록 우승
▼2006년 33세 후쿠오카 마라톤 2시간6분52초 우승
▼2007년 34세 뉴욕 시티 하프마라톤 59분24초 우승~▼2008년 35세 리스본하프마라톤대회까지 하프마라톤 출전 전 대회우승(9차례)
▼2007년 34세 베를린마라톤 2시간4분26초 세계최고기록 우승
▼2008년 두바이마라톤 2시간4분53초 우승
▼2008년 35세 베를린마라톤 2시간3분59초 세계최고기록 우승
게브르셀라시에는 에티오피아 아셀라(해발 2430m)에서 태어났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산과 들로 뛰어 다녔다. 학교도 왼손에 책보를 꽉 쥐고 바람같이 달려갔다가, 바람같이 돌아왔다. 통학버스 같은 것은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 집과 학교의 거리는 정확히 10km 거리. 그의 심장은 기관차엔진처럼 튼튼했고, 그의 두 다리는 무쇠처럼 단단했다.
1992년 19세의 나이에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 500m, 10000m를 석권하며 세계무대에 얼굴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에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다르다면 트랙 위를 달린다는 것 뿐, 날마다 학교 오가는 것과 똑 같았다. 오히려 왼손에 책보가 없어 허전했다. 뭔가 가슴 한쪽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그래서 트랙에서도 왼 손은 늘 책보를 쥔 폼으로 달렸다. 사람들은 왜 왼손을 구부정하게 늘어뜨린 폼으로 달리느냐며 수군댔다. 하지만 남이 뭐라던 그건 알바 아니었다. 스무 살 때인 1993년부터 95,97,99년까지 세계선수권 10000m 4회 연속우승. 96애틀랜타, 2000시드니올림픽 10000m 우승. 크로스컨트리, 5000m, 1000m에서 24번 세계기록 작성. 그 앞엔 거칠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