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기록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01-09 오후 6:34:12
조회 : 15633
100mㆍ멀리뛰기 등 뒷바람에 민감해 평균초속 2m 이내일 때만 기록 인정
1964년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100m 달리기. 미국대표로 나선 로버트 헤이즈는 준결선에서 9초9를 기록, ‘마(魔)의 10초벽’을 돌파했다. 그로부터 34년 후인 1998년 6월 뉴올리언스 미국선수권대회에서는 모리스 그린이 9초84로 당시 세계신기록(도너번 베일리·캐나다)과 타이를 이뤘다. 하지만 두 기록 모두 인정받지 못했다. 뒷바람이 강하게 불었기 때문이다. 그린이 레이스를 펼쳤을 때는 뒷바람 초속이 3.3m였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936년 총회에서 100m·200m·110m허들·멀리뛰기·삼단 점프 등 바람에 민감한 종목의 기록은 뒷바람 평균 초속이 2m 이내일 때만 공인하기로 결정했다. 초속 한계를 뒷바람 2m로 둔 것은 당시 계측단위가 10분의 1초였고, 뒷바람 2m일 때 남자는 0.1초, 여자는 0.12초 정도 효과를 본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했기 때문이다.
‘뒷바람 2m’ 제한규정은 지금까지 70여년 가까이 적용되어 오고 있지만 0.01초까지 계측 가능한 현재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맞바람과 뒷바람의 기록 차이뿐 아니라 뒷바람이 0.5m일 때와 2m일 때 기록도 다르게 측정되기 때문이다. 당시 남자 100m 세계신기록(9초78·미국 팀 몽고메리·2002년 9월15일 프랑스 파리세계선수권)은 뒷바람 초속이 딱 2m였고, 2위 기록인 모리스 그린의 9초79(1999년)는 바람이 초속 0.1m에 불과했다. 바람이 같은 조건이었다면 세계신기록 보유자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모든 기록을 ‘풍속 제로(0)’상황으로 환산하는 방법이 연구되기도 했지만, 그 역시 100% 정확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어 아직 연구중으로만 남아 있다. 기록의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2m 제한 규정이 존속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