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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인 상식
페이스메이커(Pace Maker)
신기록 도우미로 처음부터 치고 달려, 컨디션 좋을땐 경쟁자로… 우승하기도
마라톤이나 중장거리 달리기에서 이기려면 처음부터 앞으로 나가는 것은 금물이다. 교과서에는 "자기 나름대로의 페이스를 유지하되, 2~3위에 위치하라"고 써 있다. "전반은 기계적으로, 긴장을 푼 상태로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한다. 승부는 후반 결정적인 순간에 건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반 ‘늦게 뛰기 신경전’을 없애고 신기록을 가능케하는 것은 희생적으로 처음부터 치고 나가는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다.
페이스 메이커는 1880년대, 중거리에 속하는 1마일(1.6㎞) 경기에서 유망한 선수의 동료들이 기록을 위해 도움을 준 데서 유래했으며 이후 장거리와 마라톤으로 확산됐다. 유능한 페이스 메이커는 대회조직위나 개인이 고용 경쟁을 벌일 정도로 인기다.
지난 2003년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4분55초로 ‘마의 5분대’를 깨며 당시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한 케냐의 폴 터갓은 "대단한 페이스메이커들 덕분에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터갓은 자신이 고용한 모국 동료 새미 코리르와 접전 끝에 1초 차이로 우승했다. 맨 앞에서 바람의 저항을 받으며 달려준 코리르로서는 우승할 수도 있는 레이스였다. 터갓의 또다른 페이스메이커 티투스 문지는 3위(2시간6분15초)를 했다.
사실 페이스메이커가 우승까지 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2시간 6분대에 결승점에 들어갈 수 있도록 30㎞까지 1시간30분에 맞춰서 끌어 달라"는 식의 지시를 받지만 컨디션이 좋으면 그 순간 우승 경쟁자로 돌변한다. 2001년 10월 시카고 마라톤에서 터갓의 페이스메이커 벤 키몬디우는 끝까지 달려 페이스메이커 계약금 7500달러와 함께 우승 상금 9만달러를 챙겼다. 한국은 선수층이 얇아 국제대회에서 개인을 위한 페이스메이커를 쓰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